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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클럽 '버닝썬' 100일..."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김상교가 쏘아올린 작은 공'…마약·성접대·경찰 뇌물까지

'김상교가 쏘아올린 작은 공'…마약·성접대·경찰 뇌물까지

지난해 11월, 사건은 간단했다. 서울 강남의 클럽에서 한 남성이 여성들을 성추행하려 했다. 이 남성은 클럽에서 쫓겨나며 클럽 관계자와 주먹다짐을 했다.

그런데, 일이 커졌다. 폭행과 성추행 가해자로 입건된 김상교 씨가 사건을 뒤집었다. 김 씨는 성추행한 적도 없고, 클럽 직원이 자신을 폭행했으며, 심지어 경찰이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마약, 경찰 뇌물, 성접대, 심지어 성형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경찰은 수사처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옮겼다. 영화 '베테랑'에 나온 바로 그곳이다.

 

버닝썬 경찰 유착 경찰 강 모 씨가 6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했다.

경찰 강 모 씨가 6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했다.


조폭, 약쟁이, 경찰까지…영화보다 영화같은 '버닝썬' 스토리

경찰은 이번 주 초반부터 주요 참고인을 줄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늘(6일)은 전직 경찰 강 모 씨를 재차 소환했다. 강 씨는 클럽 '버닝썬'과 강남경찰서 수사관의 연결고리로 지목돼 긴급체포됐다 풀려난 인물이다. '경찰 유착' 의혹의 핵심인물인 셈. 강 씨는 오늘 수사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사건을 의뢰한 것은 맞지만, 돈이 오간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어제는 '버닝썬' 이문호 공동대표가 마약 관련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공동대표의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공동대표는 소환 때마다 마주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고 있다.

사건 최초 신고부터 100일을 넘긴 지금. 클럽 '버닝썬'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의혹들을 '경찰의 시선'으로 정리했다.



승리 클럽 ‘버닝썬’ 이문호 공동대표가 마약 관련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5일 새벽 귀가했다.

클럽 ‘버닝썬’ 이문호 공동대표가 마약 관련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5일 새벽 귀가했다.


"조직적으로 마약이 유통됐나?"

먼저, 마약이다. 앞서 '버닝썬' 이문호 공동대표의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클럽 직원과 손님 등 10여 명을 입건했다.

수사의 핵심은 마약의 '유통' 경로다. 경찰은 클럽에 VIP를 유치하는 MD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마약류를 유통했다면, 클럽 내 마약 투약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클럽 차원에서 묵인 또는 방조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유명해진 마약이 있다, 이른바 '물뽕'(GHB, 감마하이드록시낙산)이다. 물이나 술에 타서 먹는 '물뽕'은 강한 성적 흥분을 일으켜 성범죄에 이용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해 혜화역에서 여성 집회가 열렸고, 여론에 떠밀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검찰청 등 9개 부처는 아예 범정부 차원의 마약류 단속 대책까지 발표했다.

 

 

경찰은 클럽 ‘버닝썬’과 경찰 유착 사건의 주요 참고인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클럽 ‘버닝썬’과 경찰 유착 사건의 주요 참고인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또 다른 의혹, 경찰 '뇌물'

사실 경찰에게 가장 신경이 쓰이는 의혹은 클럽과 수사관의 유착일 것이다.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운이 달린 시기에 경찰 비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경찰이 명운을 걸고 버닝썬과의 유착 의혹을 해소하라"고 주문했다.

사건의 줄거리는 이렇다. (1)'버닝썬' 이성현 공동대표가 전직 경찰 강 모 씨 측에 2천만 원을 줬고 (2)강 씨가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관에게 230만 원을 건넸다. 뇌물이 오간 이유는 클럽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란다.

자신 있는 경찰, 엇갈리는 진술 속 단서 찾았나?

주요 인물들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이성현 공동대표는 최근 "돈을 준 사실은 있지만, 수고비 명목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경찰 강 씨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강남서 수사관들도 유착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관련 혐의를 밝히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최근 "사건에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주 초반부터 주요 참고인들을 줄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도 붙는 모양새다. 참고인에게 들이밀고 혐의를 추궁할 만한 결정적인 진술이나 단서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YG 승리 연예인인가 피의자인가…지금까지 이런 아이돌은 없었다.



연예인인가 피의자인가…지금까지 이런 아이돌은 없었다.

'버닝썬'을 둘러싼 논란 속에 빅뱅의 멤버 승리가 있다. 승리는 사건 초반부터 등장했다. 클럽 '버닝썬'이 범죄의 온상으로 비춰지기 전, 승리가 '버닝썬'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노출하며 '사업가'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이 커지자 승리는 클럽 이사직을 사임했다. 본인은 '버닝썬'의 홍보만을 담당했다며 선을 그었다. 예정됐던 해외 콘서트 일정도 강행하려는 모습이었다. 경찰도 아직 승리에게서 직접적인 범죄 혐의를 발견하진 못했다.

그러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다. 승리가 유리홀딩스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가 보도된 것이다. 

 

빅뱅의 멤버 승리는 지난달 2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자진 출석해 마약과 성접대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빅뱅의 멤버 승리는 지난달 2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자진 출석해 마약과 성접대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결국 승리는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경찰서 정문에 현직 아이돌이 서 있는 초유의 모습이 연출됐다.

승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성접대 정황이 담겼다는 카카오톡 메시지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언론 보도 이후 해당 자료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됐는데, 경찰은 수사 착수 약 일주일 만에 겨우 해당 자료 일부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성접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다. 

영화 '베테랑'에서 선은 승리한다. 광역수사대 경찰 서도철(황정민)은 클럽에서 마약 투약을 일삼는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을 검거한다. 통쾌한 영화처럼 경찰의 수사 결과가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쏟아지는 비난과 우려를 딛고 경찰이 다시 민중의 지팡이로 설 수 있을지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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