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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강간,폭행, 성접대..'승리 게이트' 버닝썬 사태 총정리

 

마약, 강간,폭행, 성접대..'승리 게이트' 버닝썬 사태 총정리



3개월 동안 휘몰아친 ‘버닝썬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쉬쉬했던, 그렇게 꾸준히 자행됐던 음지의 문화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외면해온 민낯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폭행이 마약으로, 마약이 강간, 다시 성로비로 이어졌다. 폭로가 거듭될 때마다 대중은 경악하면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열린 ‘버닝썬 게이트’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시작된 ‘클럽 버닝썬 사태’는 폭로와 방어를 거듭하며 석달째 현재진행형이다. 시작은 단순 폭행 사건이었다. 이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찰 유착, 성폭력, 마약 유통 및 흡입, 그리고 성접대로 이어졌다. 아이돌 그룹의 ‘별 재능 없던’ 막내에서 ‘승츠비’란 별명이 어울리는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했던 빅뱅의 멤버 승리는 10일 결국 성접대 알선 피의자로 출국금지 조치까지 받게 됐다. 이튿날인 11일에는 연예계 은퇴를 발표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 김상교(28)씨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그는 자신이 전달인 11월 24일 클럽 버닝썬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오히려 자신을 가해자 취급하며 집단 폭행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처음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경찰 측은 김상교씨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폐쇄회로(CC)TV가 공개된 후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김씨는 클럽 가드에게 끌려 나온 뒤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머리채를 잡힌 채 얼굴을 구타당했다.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로 이동해서는 경찰관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당시 폭행으로 갈비뼈 3대가 부러졌다.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실리면서 경찰과 클럽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났다.

논란이 번지자 경찰은 “김씨가 쓰레기통을 걷어차며 행패를 부려 어쩔 수 없었다”며 “체포에 응하지 않아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김상교씨 쪽으로 넘어갔다. 일방적인 폭행 정황이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김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하루 만에 동의 20만명을 넘겼다.

버닝썬은 그제야 폭행을 사과했다. 다만, 김씨가 클럽에서 여성을 성추행한다는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끌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여성 2명이 강남경찰서에 김씨를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아니라고 맞섰다. 여기까지는 고객과 클럽, 경찰 사이의 진실 공방이었다. 승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이었다.

그러던 중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를 고소한 여성 중 한명은 ‘애나’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던 버닝썬 MD로 밝혀졌다. 클럽 측이 김씨를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허위로 고소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약 그리고 강간

사건은 또 다른 의혹을 수면으로 끌어냈다. 클럽 내에서 벌어진 마약 투약 및 거래, 성폭력이다.

일부 여성은 버닝썬 내부 행태가 논란을 빚자 그동안 겪었던 일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버닝썬에서 남성들이 여성에게 몰래 물뽕(GHB)을 먹이고 강간하는 문화가 횡행했다는 것이다. 물뽕은 물에 타서 먹는 히로뽕으로 레이디 킬러(lady killer),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부 남성들이 이 약을 이용해 여성을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든 뒤 성폭행하는 등 성범죄에 악용하는 일이 많아서다.

물뽕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지 문화도 지적됐다. 실제로 물뽕은 SNS 상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었다. 버닝썬 같은 대형 클럽의 경우는 내부에서 직접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클럽에서 암암리에 약물을 공유하고 판매한다는 증언이 나왔고, 손님을 모으기 위해 직원들이 물뽕 사용을 묵인하고, 이를 이용한 성폭력에 협조한다고도 했다.

한 클럽 관계자가 “지금 사건이 났으니 당분간 여성흥분제 판매를 중단하겠다. 다들 입단속하고 제품 사용을 자제해달라. 그렇지 않을 경우 블랙리스트에 추가된다”는 메시지를 발송한 정황도 포착됐다.

물뽕 논란은 일반 마약류로 번졌고, 버닝썬에서 여러 마약이 공공연한게 유통된 정황들도 속속 드러났다. 경찰 압수수색 결과, 버닝썬 MD이자 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애나의 집에서 마약으로 의심되는 액체 여러병과 백색 가루가 발견됐다. 지난 1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문호 버닝썬 대표와 영업사장 한모씨의 모발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일부 여성들은 술에 뽕을 타 여성을 강간하는 행위가 비단 버닝썬 만의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들은 명백한 성범죄가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제재 없이 반복된 현실에 분노했고, 혜화역 시위가 재개됐다.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 시위’ 카페를 통해 모인 여성 500여 명이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약물범죄를 규탄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그동안 남성들은 그들만의 은어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불법 강간 약물을 사용해 여성을 상품으로 거래했다”며 “이러한 여성 혐오 문화와 범죄가 만연한 클럽의 폐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버닝썬 게이트’는 사실상 ‘승리 게이트’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있다. 버닝썬 운영진이었던 승리는 사건 초반 자신은 버닝썬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개업 초기 홍보를 도왔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문호 대표와 그의 가족들도 승리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승리는 마약 유통·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이문호 대표, MD 애나와 막역한 사이라는 게 드러났다. 승리가 해피벌룬으로 추정되는 마약을 흡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승리 측은 “사진이 교묘하게 찍혔다”고 부인했다. 승리가 실제로 클럽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나왔다.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총구는 승리를 향했다. 그가 강남 클럽을 각종 로비 장소로 이용하고 투자자들에게 성접대까지 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제보자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는 그와 함께 사업을 준비 중이던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 등과 2015년 12월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였다.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를 접대하기 위해 클럽 아레나에 자리를 마련하고 접대 여성을 부를 것을 지시한 정황을 담고 있다. 카카오톡 메시지 상으로는 유 대표도 이에 동조했다.




승리와 유 대표 측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성접대는 사실무근이고 메시지는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승리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하루 빨리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마약 투약 검사도 자진해서 받았다. 결과는 음성었다. 마약 투약 혐의는 벗은 셈이다. 경찰도 “해당 메시지 원본을 구하지 못했고, 그런 메시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원본은 존재했다. 공익제보자는 경찰과 클럽의 유착관계를 우려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메시지 원본을 제출했다. 그는 “대화내용 중 경찰과 유착을 의심할 만한 대화와 정황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서 경찰이 아닌 권익위에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승리와 또 다른 남성 가수 두 명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을 몰래 찍은 불법 촬영물을 공유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SBS funE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월 9일 승리의 요식사업을 돕던 지인 김모씨는 남녀 성관계 영상과 사진을 올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승리는 “누구야?”라고 물은 뒤 곧바로 등장하는 영상 속 남성을 알아봤다. 촬영 장소는 숙박시설로 여성은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모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경찰이 확보한 또 다른 카카오톡 대화에도 유사한 불법촬영 유포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된 여성 대부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관심은 버닝썬 마약 및 성폭력 의혹을 넘어 승리의 성접대 연루, 불법 촬영물 공유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는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정말 ‘버닝썬’ 편일까

버닝썬과 경찰 사이가 수상하다는 의혹은 사건 초반부터 제기됐다. 버닝썬 가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씨를 오히려 가해자로 몰아 집단폭행을 가하는 경찰의 모습에 많은 이가 분노를 느꼈다.

실제로 경찰은 버닝썬에서 일어난 사건을 상당수 무마해줬다. 한겨레신문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버닝썬 개장 후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는 122건이다. 신고 내용을 보면 ▲납치감금 1건 ▲마약 1건 ▲성추행 피해 및 목격 5건 ▲폭행 피해 및 목격 33건 ▲미성년자 의심 3건 등이다. 하지만 이 중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는 겨우 8건뿐이다. 한 전직 경찰은 “술을 먹는 클럽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 달에 10건 꼴로 신고가 들어왔다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버닝썬 투자사 대표 최모씨는 최근까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었다. 그는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전원산업’ 대표다. 경찰청 예규상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 ‘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제외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지분 관계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고 해명한 뒤 지난해 12월 최씨를 해촉했다. 하지만 버닝썬 사건이 최초 발생했을 당시 그는 경찰발전위원이었다. 

“경찰에 돈을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나왔다. 금품 전달책 이모씨가 “버닝썬 대표가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에 돈을 건넸다”며 “내가 그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광역수사대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직 경찰 강씨와 전달책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구속영장이 나오지 않아 강씨와 이씨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승리는 곧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다. 승리가 성접대를 지시했다는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연예인도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해당 연예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다. 아울러 다른 연예인 여러 명도 확인돼 조사 중이다. 승리는 11일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아이돌 스타의 은퇴로 사건이 무마될 시기는 지났다. 승리 게이트의 불똥은 이제 연예계의 또 다른 곳으로 튈 조짐이다.

박민지 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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