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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故 장자연 문건 미스터리 추적, 알수록 충격적인 권력형 성범죄



'그것이 알고싶다’ 故 장자연 문건 미스터리 추적, 알수록 충격적인 권력형 성범죄

 

장자연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고(故) 장자연 문건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29살 늦깎이 신인배우 장자연. 우울증으로 인한 단순 자살로 알려졌던 그녀의 죽음이 예상치 못한 대형 스캔들이 됐다. 장례식장을 찾아온 전 매니저의 말에서 시작됐다. 민감하고 충격적인 문서가 있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장례식장을 떠난 남자. 그런데 유가족은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유가족은 장례식 이후 매니저를 만나 문건을 확인했다고 한다. 유족은 이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아 문서를 불태웠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고 장자연 자필문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사라진 줄 알았던 문서가 되살아나 세상에 공개된 것. 소속사 대표의 폭행과 협박, 술접대와 잠자리 강요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고백. 그것은 유서의 형태가 아니었다. 본인의 서명, 주민번호, 날인까지 돼있는 4장짜리 문서였다. 가해자들의 이름은 누군가에 의해 까맣게 지워진 상태였다. 



경찰은 전담반을 만들어 수사에 착수했고 언론은 숨겨진 가해자들의 이름에 집중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은 경찰도 실명을 거론하지 못할 정도로 권력을 가진 유명인사들이었다. 41명의 경찰이 동원된 장자연 문건 수사는 소속사 건물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다. DNA 감식과 계좌추적, 통화기록 조회, 참고인 조사가 4달여간 이뤄졌다. 그러나 장자연 문건 속 유력 인사는 모두가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처벌을 받은 사람은 매니저 유씨와 소속사 대표 김씨 뿐이었다. 



2018년 대검찰청 재조사위원회는 장자연 사건 재조사에 돌입했고 소속사 동료 배우 윤지오가 대중 앞에 등장했다. 윤지오는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문건이 작성된 것은 2009년 2월 28일. 유씨가 장자연이 아닌 소속사 다른 배우들의 매니저였으며 유포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그런데 김대오 기자, 박훈 변호사는 윤지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녀가 문건 자체를 보지 않았고, 고 장자연을 돈벌이에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검증하려는 사람들에게 유튜브 생중계로 설전을 벌였던 윤지오는 명예훼손, 사기 혐의로 고소 당하자 맞고소를 예고하며 캐나다로 출국했다. 

고 장자연의 지인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나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해맑고 말도 재미있게 했다. 성격이 좋았다"고 고 장자연에 대해 소개했다. 그녀가 어둡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연예기획사에 들어간 후라고 한다. 지인들은 "수면제가 늘더라. 회사 들어가기 전에는 약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회사 이야기를 할 때 깊게는 얘기 안하려고 했고 재갈 물려놓은 것처럼 어수선해졌다. 끌려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사망 5일 전, 그녀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긴 장자연의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인 한 남자와 통화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이 녹음파일의 내용은 문건의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 



'그것이 알고싶다’ 故 장자연 문건 미스터리 추적



고 장자연은 "나는 회사에 잘못한게 없어. 회사에서 하라는거 충실히 다 하고 있다. 난 백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어떻게 풀까. 난 정신병 약으로도 이제 해결이 안돼. 죽이려면 죽이라고 해. 난 미련도 없어요. 대표님이 나한테 어떤 짓을 먼저 시작했어. 김 사장님은 이미 엄청난 말들과 입을 가지고 장난을 치셨어. 그 사람은 발이 넓고 힘 센 사람이야. 김 사장도 소리 못 지르고 '아, 예' 그런 사람이란 말이야. 내가 무슨 늙은이랑 만났다는 둥 어쨌다는 둥.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면서. 그쪽에서 연락이 와서 나 죽여버리겠대"고 말했다. 



고 장자연이 작성했다는 문건 중 남아있는 것은 4장. 자신이 받은 피해 사례, 동료 배우들의 피해 증언을 담고 있다. 본인의 피해 사례 중 구체적으로 거론된 사람은 4명이다. 2명은 소속사 대표와 제작사 대표, 2명은 사회 유력인사들이다. 

누구도 함부로 입밖에 내지 못했던 유력인사들의 이름을 처음 언급한 사람은 이종걸 의원이었다. 문건에 등장한 이름이 '조선일보 방사장, 스포츠조선 방사장'이라고 밝힌 것. 이종걸 의원은 조선일보에 피소 당했고 4년에 걸친 재판을 받았다. 그는 "면채특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했다. 국회의원도 이렇게 당하는데. 이 사태를 보고 있다는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먼저 확인된 것은 TV조선 전 대표 방정오 씨가 참석한 술자리였다. 그 현장을 목격한 증인도 있었다. 목격자는 "여배우 한명 있고 여배우 한명 있다. 그때는 누군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서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방정오 씨와 고 장자연 소속사 김 대표를 소개시켜 준 것은 광고대행사 사장 한모씨였다. 술값은 김대표가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자연 전 매니저는 "술 마시다가 중간에 나와서 엄마 기일인데 이렇게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 비위를 맞춰야 할거 아니냐"고 당시 전화통화를 공개했다. 술자리 후 김대표가 고 장자연에게 보낸 메시지도 술자리를 의심케 했다. 경찰은 2009년 방정오 씨에게 범죄 혐의가 없다며 내사 종결 처리했다. 방정오 씨 측은 "2008년 10월 술자리 이후 장자연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김대표와 조선일보 사장의 약속을 스케줄표에서 확보했다. 그 약속은 2008년 9월의 술자리가 아니라 2008년 7월 17일 점심약속이었다. 경찰은 방상훈 사장의 스케줄과 전화통화 내역을 살폈다. 그러나 한달치 밖에 조사하지 않았고 실제로 방상훈 사장이 썼던 휴대전화인지 의아할 정도로 수신 내역은 4건, 발신까지 합쳐 35건 밖에 나오지 않았다. 부실수사라고 지적 받는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방상훈 사장은 수행비서를 통해 외부 연락을 했다"고 설명하며 "성접대에 대해 허위임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당시 중간 수사 결과를 앞두고 수사본부를 찾아온 남자가 있었다. 술자리에 동석했던 광고대행사 사장 한씨다. 그는 "김대표는 방상훈 사장을 모르고 조선일보 사장이 아니라 스포츠조선 사장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막내 딸이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해 조선일보가 딜레마에 빠지면 내가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선일보 측은 장자연 문건의 주인공이 스포츠조선 전 사장 하씨라고 보도했다.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자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용훈도 언급됐다. 그는 김대표와 함께 고 장자연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방용훈 사장의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전혀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방용훈 사장 측은 고 장자연 문건과 관련이 없고 당시 장자연을 소개 받은 사실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그 식사 모임에는 광고대행사 한씨도 참석했다. 그는 왜 방씨 일가 관련 수사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일까. 이종걸 의원은 한씨에 대해 "방용훈에게 중요한 인물이라고 들었다. 핵심 열쇠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증인신청을 했는데 소환에 불응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누구일까. 광고대행사는 이미 문 닫은 상태였다. 한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방문에 "당신한테 이야기 할 이유가 없다. SBS고 X이고 시끄러 인마"라고 말한 후 마이크를 고장냈다. 그는 "난 장자연을 알지를 못해. 야 이 XX야 똑바로 해"라고 성질을 낸 후 자리를 떠났다. 한씨는 최근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자신을 경찰서에 보냈던 사람이 김대표가 아니라 당시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인 강효상씨를 지목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다. 강효상 의원은 한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서를 보냈다.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잘 나가던 기획사를 이끌었던 김 대표는 고 장자연을 키울 생각이 별로 없어보였다. 고 장자연이 활동에 드는 자금을 사비로 충당했다. 게다가 김 대표는 고 장자연에게 폭력을 휘둘렸다. 김 대표에게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은 고 장자연 뿐이 아니었다. 직원들은 그런 일을 당한 뒤에도 조용히 회사를 떠날 뿐 감히 그에게 대항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 장자연은 그런 김대표의 성격을 알기 때문일까. 호출을 받을 때마다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 경찰은 김대표 수사에 대해 "김대표가 대단한 기획사 대표인건 아시죠? 배우를 띄우기 위해 돈을 엄청 썼다. 부자다. 장자연씨가 조금만 조심했으면 잘 키워줬을거다. 수사는 할 가치가 없는데 언론에 떠밀려서 한 것이고 수사가 미진한게 아니라 안 할 수사를 한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속사 1층에 와인바를 만들어 운영했고 이곳에는 김대표의 손님들이 자주 왔다. 김대표의 손님들이 오면 신인배우들이 이 방으로 인사를 하러 불려갔다고 한다. 손님들의 상당수는 금융업계, 투자회사 대표 등이었다. 김대표는 장자연에 대한 폭행혐의로만 처벌을 받았을 뿐 강요죄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김대표는 수사 과정에서 시종일관 "업무상으로 연관됐을 때만 식사와 술자리에 참석시켰다. 특별 오디션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술자리 강요는 없었다. 본인이 싫으면 안오면 되는거다. 자기들이 필요해서 참석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건 검사였던 박진현 변호사는 김대표가 강요죄로 기소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강요했다가 나와야 할 거 아니냐. 억지로 갔다고 누가 얘기하냐. 장자연이 싫다고 했는데 계속 인상 쓰면서 가자고 했다. 그것만 밝혀져도 기소했을거다"고 말했다. 그런데 관련자료를 검토한 다른 전문가들은 고 장자연의 술자리가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물적 증거는 전속계약서이고 이 게약서에 '갑이 제시하는 활동을 전적으로 수락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연예계 인사인 제보자는 "장자연이라는 배우가 있다. 술자리나 접대자리에 많이 나간 것 같고 그걸 관계로 해서 사실확인서가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퍼졌었다. 죽기 직전이라고 보시면 된다. 그게 문제가 되니까 (전 매니저 유씨가)장자연이 달라고 했는데 안 주고 있으면서 앞으로 더 시끄러워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당시에 들었다. 배우 생활은 죽어도 할 수가 없는거고 당시 본인이 받았을 공포감은 상상이상이었을거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고 장자연의 음성파일에서 언급하고 있는 '발이 넓고 힘이 센 사람'을 누군가로 추측했다. "김대표랑 XXX와 대화가 있었을거다"고 말한 것.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 역시 "김대표가 주로 다니던 바, 마담, 실장 그런 자리가 이루어지는게 김대표는 업무적으로 한두번 했을 수 있지만 매일 같이 이루어지는건 마담들이 영업하는거다"고 말했다. 



김대표도 꼼짝 못했다는 의문의 인물은 연예계와 재력가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성접대 카르텔의 연결고리라고 한다. 고 장자연이 문건에도 적지 못한 이름이다. 경찰은 "장자연한테 수표로 준게 입금돼서 내역을 물어보니 자라나는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후원금을 줬다고 했다. 후원회가 있있다. 후원회를 치니가 정,재계 인물이 다 나오더라. 돈 수표 준 사람은 다 조사 받았다. 왜줬냐 했더니 후원금이라는 식이었다. 어떻게 확인하냐. 경찰은 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70만명의 국민이 장자연 사건을 다시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동참한 이유는 미투 운동의 큰 흐름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장자연 사건은 힘없는 신인 배우가 사회 유력 인사들로부터 권력형 성범죄 피해를 입고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미제의 사건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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