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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승리 게이트] 클럽에서 태어난 제국, 제국에서 추락한 약국 휘청이는 YG

 



 

[버닝썬 승리 게이트] 클럽에서 태어난 제국, 제국에서 추락한 약국 휘청이는 YG

 

'약국' 국내 연예 산업의 대표 선수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YG)가 종종 듣는 비아냥이다. 지드래곤, 탑, 박봄, 쿠시 등 소속 연예인들이 유독 마약 사건을 자주 일으킨 탓이다. 지드래곤, 탑과 함께 보이그룹 '빅뱅' 소속이었던 승리(본명 이승현·28)는 "(빅뱅 멤버들이 마약 사건에 걸려 곤욕을 치른 걸 보고) 나는 약을 안 한다"는 자조 섞인 개그까지 날렸지만, 그 대신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그가 경영에 관여한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마약을 유통했고, 그 자신도 해외에서 코카인을 투약했단 의혹이 불거지며 결국 마약 수사까지 받게 됐다. 소셜미디어에선 'YG 약국은 성업 중'이란 식의 조롱이 쏟아지는 중이다.

 

클럽 폭행 사건에서 시작한 이른바 '승리 게이트'는 이제 단순한 일부 연예인의 일탈을 넘어 경찰 등 공권력과 연예계의 결탁 등 사회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승리뿐 아니라 YG까지 코너에 몰렸다. YG 수장인 양현석 대표가 경영하는 클럽들의 탈세 의혹, 과거 박봄 마약 사건 당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군 복무 중인 지드래곤과 탑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 등이 동시다발 터져 나왔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YG는 승리와 전속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승리의 성매매 알선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4만7500원이던 YG 주가는 한 달도 채 안 된 21일 현재 3만5400원까지 주저앉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2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양현석 대표가 한때 술자리에서 "내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보다 잘나간다"고 호언장담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SM은커녕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에도 못 미친다. 연예계에선 다른 두 대형 기획사와 다른 방식으로 쌓아 올린 YG 특유의 성장 방식이 결국 이번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럽으로 흥한 자, 클럽으로 망한다?

승리가 괜히 클럽 경영에 관여한 게 아니다. 클럽 경영은 오늘의 YG를 만든 원동력 중 하나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미국의 클럽 문화를 접한 양현석 대표는 1990년대 후반 서울 홍대 앞에 클럽 'NB'를 개업한다. 한때 홍대 앞 클럽 문화를 선도했던 'NB'는 2000년대 중반 하루 매출이 수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NB'에서 일했던 김모(40)씨는 "클럽에서는 현금 수입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YG의 연습생이나 댄서, 프로듀서도 종종 스카우트했다"고 말했다. 

 

NB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소위 '부비부비'라고 하는 남녀 간 신체 스킨십을 적극 장려한 점이다. 남자가 여성 등 뒤에서 몸을 밀착하는 행위를 뜻하는 '부비부비' 문화는 2010년대 들어선 성추행 논란과 함께 사라졌다. 게다가 이곳엔 마약상이 드나들며 클럽 손님을 상대로 마약을 거래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NB'가 성업 중이던 당시 YG 연습생 신분이었던 지드래곤, 탑, 승리 등 빅뱅 멤버들도 양 대표를 따라 이곳에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클럽 문화를 몸에 익혔다. 이들은 톱스타가 된 후에도 양 대표가 경영하는 클럽을 드나들며 이곳에서 노는 사진을 자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승리가 클럽 경영을 하게 된 것도 양 대표 옆에서 보고 배운 덕분에 가능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YG를 흔든 사건·사고도 여러 번 클럽에서 일어났다. 지드래곤이 대마초를 피운 곳도 클럽이었고, 승리도 클럽 경영을 하면서 각종 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승리는 클럽을 설립할 때 세금이 많이 부과되는 유흥 주점 대신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양현석 대표가 실소유주인 홍대 앞 한 클럽도 같은 방식으로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20일 양 대표가 승리와 같은 수법으로 탈세했는지 등의 혐의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과보호로 흥한 자, 과보호로 망한다?

"공교롭지 않아요? 박봄 사건을 지휘한 게 바로 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라니까요."

YG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직원 A씨는 YG 걸그룹 '2NE1'의 멤버 박봄의 마약류 밀반입 사건 얘기를 하며 김학의 전 차관 이름을 꺼냈다. 박씨는 2010년 10월 마약류 물질인 암페타민이 포함된 약 82정을 항공 편으로 들여오다가 인천세관에 적발됐다. A씨는 "그때 2NE1이 한창 잘나갈 때라 회사에 비상이 걸렸는데, 기사 한 건 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 'YG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 사건은 곧바로 인천지검으로 넘겨졌는데, 검찰은 한 달 넘게 내사하다가 박씨를 입건 유예 처리했다. 처벌은커녕 수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당시 이 사건의 최종 지휘자인 인천지검장이 김 전 차관이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별장 성접대 사건에 연루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최근 대검 진상조사단이 이 사건을 재조사 중이다.

 

박씨 사건은 2014년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통상 연예인 마약 사건이 일어나면 수사는 물론 연예 매체들이 달라붙어 떠들썩하게 보도하기 마련인데, 이 사건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지나갔기 때문에 "검찰이 YG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유착설까지 제기됐다. 비슷한 시기인 2011년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입 사건이 기소유예 처리되고, 같은 해 빅뱅 멤버 대성이 교통사고를 내 한 사람이 죽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승리 게이트로 경찰 유착설이 터져 나온 건 물론, 군 복무 중인 지드래곤과 탑이 병가를 과도하게 사용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공권력과 유착해 사건·사고를 무마했다는 의혹은 의혹인 채로 남아 있지만 YG는 소속 아이돌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총력을 다해 이들을 보호(?)했다. YG는 박씨 사건에 대해선 "마약류로 지정된 걸 모르고 반입한 것"이라고 했고, 지드래곤의 대마초 사건 때는 "팬이 담배라고 줘서 (대마초인 줄 모르고) 피웠다"고 해명했다. 이번 승리 게이트 초기에도 YG는 성매매 알선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했다가 결국 보도대로 카톡 대화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되자 공식 사과했다.

 

YG에서 5년간 일했던 직원 B씨는 "아이돌이 회사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이들이 조그만 문제에만 연루돼도 회사 전체가 달라붙어 피해를 막는 게 YG 특유의 문화"라며 "과보호다 싶을 만큼 소속 가수들을 감싸다 보니 가수들도 회사를 믿고 막 나가는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빅뱅으로 흥한 자, 빅뱅으로 망한다?

승리 게이트로 YG가 받은 가장 큰 타격은 회사의 핵심인 '빅뱅'이 와해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빅뱅'은 승리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군 복무 중이라 활동 휴지기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지드래곤은 특혜 논란에 휘말리고, 탑은 대마초 사건을 일으켜 이미지에 금이 간 상태다. 논란에 휘말리지 않은 멤버인 태양은 군 입대 전에 결혼했다. 승리가 사실상 YG에서 퇴출됐지만, 나머지 멤버들 역시 이전 같은 '빅뱅' 활동을 보여주긴 어렵단 관측이 나온다. 승리 게이트가 터진 후 YG 주가가 20% 넘게 폭락한 것도 이런 전망을 반영한 결과다.

 



 

 

빅뱅은 오늘의 YG를 만든 일등 공신이다. 2006년 데뷔한 뒤 '거짓말' '하루하루' '붉은 노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고, 미국과 일본 투어와 음반 및 관련 상품 판매 등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줬다. 2011년 YG 상장 당시 빅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75%에 달했고, 군 입대에 따른 휴지기 전까지도 비슷한 비율을 차지했다. 빅뱅 멤버들의 입대 전인 2017년 YG가 개최한 콘서트의 관객은 모두 247만여 명이었는데, 입대 후인 작년엔 15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게다가 '차세대 빅뱅'으로 육성했던 보이그룹 '아이콘'과 '위너'는 데뷔한 지 3~4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히트곡 없이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YG 주가가 예

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올해 10월까지 YG의 주가가 회복되지 못하면 2014년 루이비통에서 받은 투자금 610억원에 이자까지 붙여 토해내야 할 위기란 점이다. 2014년 10월 YG는 루이비통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계약 당시 주가(4만3574원)보다 높거나 유지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물론 루이비통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같으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 달 들어 외국인은 54억원, 기관은 500억원 이상 YG 주식을 투매했다. 

조선일보 권승준 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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